시사주간지 [한겨레21] 9월29일자에 이판제 대표원장님의 한방컬럼이 게재됐습니다.

[한겨레21 표지]

(이하 컬럼 원문)

최근 끊임없이 치솟던 유가 가계경제를 위협하는 물가상승 치열한 환율전쟁에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난기류속의 비행기처럼 흔들리고 또 흔들린다. 이렇게 경제가 불안정해진다는 것은 그 사회가 불안정해진다는 것이고 그 사회가 불안정해진다는 것은 그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안녕 또한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몸과 맘을 불안하게 만들어 여러 가지 질병들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즉 이때 나타나는 증상이 머리, 허리, 어깨와 같은 신체적인 통증이라 할지라도 그 근본적인 원인은 정신적인 데 기초하여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동의보감을 보게 되면 탈영실정증[脫營失精證]이라는 조문이 있다. 한의학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내경]에는 ‘전에 귀족으로 살다가 후에 천민이 되어 생긴 병을 탈영(脫營)이라 하고 전에 부자로 살다가 후에 가난해져서 생긴 병을 실정(失精)이라고 한다. 비록 사기가 침범하지는 않았지만 병이 속에서부터 생겨 몸이 매일같이 수척해지면 기가 허해지고 정기(精氣)도 없으며 병이 심해져서 기운이 없어지고 으스스하면서 때때로 놀라게 된다.’ 라고 적혀 있다.



최근 경제가 나빠지면서 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을 하고, 가계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되어 이런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 실조증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삶의 낙이 축재(蓄財)일수도 있고 명예일수도 있으며, 어찌하였던 어느 하나를 목표로 열심히 살아왔으나 한순간 이 모든 것을 잃게 되면 정신적인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설사 이것을 모두 잃지는 않았다 해도 불안정한 사회 속에 언제든지 잃을 수 있다는 것은 늘 불안 속에 살수 밖에 없게 만든다.



현재 한국사회를 살아가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영업자든 월급쟁이든 이러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으며, 탈영과 실정에 빠져 몸이 상하게 되면 더욱 미래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즉 탈영이던 실정이던 모두가 마음에서 생긴 병이며,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기(氣)가 막히는’ 현상일 뿐이다.



다시 불어오는 순풍의 돛을 올리려면 지금보다 자신의 몸을 소중히 생각하며 내일을 대비해야하지 않을까. 너무 많은 집착과 욕심을 버리고, 한걸음 물러서서 현실을 관조하며 인정하게 되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고 가벼운 운동과 미래에 대한 밝은 생각을 통하여 막힌 기운을 순조롭게 운행시키게 되면 몸이 아픈 증상들 역시 사라질 것이다.